방탄차의 원리는 뭘까?

 

캐딜락 원

지난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 크게 주목을 끈 방탄차들을 기억하는가? 테러의 8할 이상이 이동하는 차량을 향해 일어나는 만큼 각국의 정상이나 요인, 분쟁지역의 VIP 등 특수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차량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방탄차는 액션영화에 매일같이 등장할 만큼 매력적이고 상징적이다.

 

그런데 방탄 차량이 그저 두껍고 단단한게 아니라 총알은 물론 폭탄부터 화학공격까지 버틸 수 있는 달리는 첨단 요새란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은 방탄차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의 전용차를 통해 방탄차에 대해 알아보자!

 

 

문의 두께부터 남다르다
 

이야기를 나누는 오바마 전 대통령

영화에서 총격전 중 일반 차량의 문을 엄폐물 삼는 장면을 본적 있는가? 하지만 실제로 일반차량의 문 속은 텅~ 비어있기에 방탄능력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 경찰차의 경우 특수한 합금이 차량 문 속에 삽입되어 있다.) 그렇기에 방탄차는 기본적인 요소들부터 완전한 마개조를 거친다. 

 

17억원이란 가격표와 8톤의 무자비한 무게를 자랑하는 미국 대통령의 차량 ‘캐딜락 원’(Cadillac One / 캐딜락 프레지덴셜 리무진 Cadillac Presidential Limousine)을 예시로 들면, 플랫폼부터가 GMC의 SUV 톱킥(Topkick)과 공유하며, 일반적인 자동차 문이 0.4mm의 강판을 사용하는 데에 반해 캐딜락 원은 장당 4mm가 넘는 강판을 수십장 겹쳐 20.3cm의 흉악한 두께를 자랑하고 무게는 보잉 757항공기의 문과 비슷하다. 문의 무게부터가 엄청나기에 열고 닫는데에 모터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정도면 은행 금고나 다름없는 수준.

 

“야! 이거 방탄유리야!”
 

벤츠 S600 가드의 총격 테스트

방탄 유리의 구조

방탄유리의 제작은 특수한 폴리카보네이트 적층형 유리에 라미네이션이라는 공정을 통해 접합을 한다. 강한 소재와 부드러운 소재를 합치는 방식으로 일반 자동차 유리의 150배가 넘는 강도를 지녔는데, 장갑차처럼 총알을 튕겨내는게 아닌 여러 유리층에서 총알을 받아 그것을 가둔다는 똑똑한 설계가 되어 있다. 실내 쪽에는 폴리카보네이트 층이 있어 유리 파편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수행한다. 캐딜락 원은 13cm의 유리 두께를 통해 압도적인 방탄성능을 자랑하며 앞 유리의 무게만 150kg이 훌쩍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일하게 열 수 있는 창문은 운전석 쪽이고 그마저도 약 7.6cm가량만 열 수 있다(주차권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은데…) 

두께나 구조만 보면 무적의 방패나 다름없어 보이는 방탄 유리지만 총기 공격을 무한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유리의 종류에 따라 막을 수 있는 탄환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며 일반적인 테스트 기준은 5m거리에서 발사된 탄환을 한 뼘 정도의 면적이 3~5발 가량 막는 정도로, 방탄차는 지속적인 전투나 총격을 견디는 용도가 아닌 최초의 공격을 막아내고 빠르게 탈출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액션영화에선 과장이 꽤 들어갔다는 사실!

 

방탄 유리만의 특이한 허점으로 인한 설계도 있는데, 유리가 얼어붙은 저온에서 실내 난방을 켜면 방탄 유리의 층이 분리돼 방어력에 치명타를 맞을 수 있기에 방탄 유리 내부에도 열선 히터가 필요하다. 참고로 일반 자동차의 유리는 수십년이 지나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방탄유리는 중간막과 내부의 폴리카보네이트 층이 온도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3년에서 6년마다 교체해야한다. 

 

폭발물에도 문제없다
 

벤츠 S600 가드의 세이프 존

차체는 특수강, 알루미늄, 세라믹, 티타늄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차량 밑바닥은 13cm 두께의 강화금속으로 제작되었는데 방탄은 기본에 로켓을 포함한 방폭성능까지 갖췄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하는 ‘벤츠 S600 가드’(Guard)의 경우 유럽의 최고 방호등급인 VR10을 만족하는 차량으로 수류탄은 기본이고 지뢰부터 15kg급의 TNT 폭약까지 방어할 수 있다 사실상 달리는 금고나 다름없는 수준. 

 

캐딜락 원의 휠은 특수합금 구조에 타이어는 케블라 강화 섬유로 제작되었는데 대전차 지뢰에 4개가 모두 찢기더라도 80km/h의 속도로 주행이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 구조를 채택했다. 배터리와 퓨즈박스도 방탄 소재로 감싸져 있고 연료통은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져 직격탄에도 안전하도록 설계돼 있다. 화생방전까지 대비해 완벽한 밀폐기능을 갖췄으며 자체 산소공급 장치를 가지고 있고 엔진룸을 비롯해 차량 외부까지 소화액을 분출하는 기능을 탑재해 화재에도 대응할 수 있다. 움직이는 차량을 공격하기 위한 거의 모든 테러행위에 철저한 대비가 돼있는 셈.

 

통신과 특수기능

 

통화중인 오바마 전 대통령

캐딜락 원은 비상시 ‘움직이는 백악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에 실내에는 각종 통신장비가 마련된 대시보드가 있고 뒷좌석에선 부통령과 백악관, 펜타곤에게 위성전화를 걸 수 있으며 무선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 및 GPS 추적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모든 통신은 암호화 처리 되며 이 정도면 작은 기지국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비상시를 대비한 대통령의 혈액팩과 수혈장치가 있고 야간투시경이 장착된 펌프액션 산탄총이 실려있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캐딜락 원이 등장했을 때 전세계 방송사 화면들이 송출이 안 되는 방송사고가 일어났었는데, 원격 폭탄 사용을 막기위한 재밍(Jamming-전파방해)의 영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밍은 캐딜락 원이 움직일 때 작동된 레이더 신호 교란장치로, 캐딜락 원에 전자 방해 전술(ECM)기능도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대체 뭐로 공격해야 효과가 있을지 이상한 고민까지 하게 된다) 차량 전면부에는 야간투시 카메라가 장착돼 헤드램프가 부서진 경우에도 야간 주행이 가능하며 최루가스 분사장치가 장착돼 있다. 

 

스펙과 드라이버 
 

캐딜락 원을 담당하는 특수요원

차체길이 5.5m에 높이만 1.8m에 달하는 캐딜락 원은 개당 가격만 약 17억원에 무게는 8톤이 넘어간다. 혹시 모를 피격시에도 폭발에 시간이 걸리는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고 스펙 미상의 엔진을 사용하나 6.5L 8기통 디젤엔진으로 추정된다(웬만한 국가원수의 차량 엔진은 모두 기밀이다) 

 

차량 무게가 무게인지라 토크가 비교적 약한 휘발유 엔진으로는 끌기 어렵기도 하다. 완벽한 방어력을 우선해 연비에 대한 고려는 배제한 터라 1리터 주행거리가 1.5~3㎞에 불과하고 최고 속도도 시속 94~97㎞밖에 안 되나, 일반 대형차 네 대를 합친 무게로 인해 브레이크는 무려 6피스톤을 장착하고 있다. 운전자는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시크릿 서비스’(United States Secret Service)의 훈련받은 특수 요원이 담당하며 J-턴(후진주행 도중 180도 회전을 통해 직진 주행으로 전환하는 기술) 과 같은 특수한 주행기술을 훈련받았다 알려져 있다.

 

마치며

자동차라는 역동적인 기계와 방탄이라는 멋진 성능이 합쳐진 방탄차는 모두가 알고 누구나 한번쯤은 타보고 싶은 매력적인 차량이다. 1920년대 최초로 개발돼 2차 대전 중 아돌프 히틀러도 전격 사용한 방탄차는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고 제작에도 몇 달이 걸리지만, 앞으로도 여러 VIP들을 위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점점 강력해질 것이다. 

 

겉보기에는 일반 차량들과 비슷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말 멋지긴 하지만 방탄차가 필요 없는 날이 언젠간 오지 않을까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남자들의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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